[문화연대 논평]
파리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의 민낯
파리올림픽이 지난 8월 11일 막을 내렸다. 메가스포츠이벤트로서 파리올림픽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속가능성과 환경보호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난개발로 많은 습지와 숲이 파괴되었고, 주거취약계층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가장 여실히 드러난 문제는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가 과도한 권력을 지니고 있어, 방만한 운영과 비윤리적인 임원진, 비민주적인 조직구조에도 불구하고 거의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인사와 예산 운영이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이다.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기구(NOC)가 통합되어있어,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내세우며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직후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해병대 훈련을 거친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이 회장은 작년 12월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며 해병대 입소훈련을 추진한 바 있다. 시대에 뒤처진 인권 의식을 가진 이기흥 회장은 올해 셀프 정관변경을 통해 3선 연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비판해왔지만, 대한체육회가 지닌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 탓에 제동을 걸기란 쉽지 않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출전하는 선수는 144명으로 줄었는데 파견되는 임원은 118명으로 거의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요 예산은 121억 7500만원으로 지난 올림픽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보인다. 또한 대한체육회의 여비규정에 국외여행에서 '회장은 1등석, 임원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되어있어 선수보다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인권에 대한 무지, 행정적인 무능 뿐만 아니라 협회 임원들의 윤리성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림픽 기간 동안 지역체육회 임원들이 양궁장에서 추태를 부리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는 한편, 대한사격연맹 신명주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임금 체불 문제가 공론화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건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을 고발한 내용이다. 안 선수의 비판을 통해 국제대회 개인자격 출전 문제, 스폰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 역시 큰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지침에 따르면 선수들은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담당 지도자 허가 없이는 훈련 불참·훈련장 이탈 불가'하다는 등 반인권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협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만든 것도 확인되었다.
스포츠 인권에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죄인 마냥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이젠 경기가 끝나면 아쉬움에 눈물 흘리면서도 당당하고 행복하게 웃기도 한다. 국민들도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보다 그간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분위기다. 이미 우리는 국위선양을 위해 선수의 삶이 희생되는 국가주의 스포츠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체육회와 경기단체들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반적인 체육 정책 혁신을 통해, 대한체육회에 대한 공적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기구의 분리를 비롯해,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체육단체의 전반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2024.8.14.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