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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불볕더위 속 훈련은 이제 관둬야 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4-08-29
조회수
131
[논평] 불볕더위 속 훈련은 이제 관둬야 한다

고려대 럭비부 선수의 죽음은 뙤약볕 아래서 강한 선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몰상식이 만든 참사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또다시 벌어졌다. 아니, 아예 기름을 붓고 불기둥 안에 들어가는 격과 다름없이 보이는 사건이다. 이는 무지몽매한 지도자와 팀의 태도와 자질이 일을 조장한 것과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19일 일본에 전지훈련을 갔던 고려대학교 럭비부 선수 한 명이 더위 속에서 훈련을 받다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하는 것마저도 사치다. 이러한 훈련은 아예 처음부터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선수는 부상과 안전에 매우 취약한 특수한 대상자다. 흔히 최고의 선수들이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선수를 보통 사람과 비교하여 그 우위성을 우아하게 설명할 뿐, 선수가 매일 대면해야 하는 육체적 고통과 환경적 도전은 극단적이라는 단어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순간들로 전면 배치되어 있다. 날씨와 기후, 특히 더위는 최악의 위험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자들과 국제전문가 집단은 스포츠에서 더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도 더위환경에서의 선수보호를 경계할 위험요인으로 강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스포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나 전미대학스포츠협회 NCAA를 비롯한 미국 각급 학교와 프로스포츠 단체들도 선수들이 더위에서 훈련하고 시합하는 것에 적극적 간섭과 대처가 필요함을 주장하며 정책을 제안한다. 더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날씨와 환경에서 선수 보호가 최우선임을 강조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사건이 매우 안타까운 이유는 이미 많은 스포츠 단체와 전문기관에서 반복적으로 경고했음에도 그에 대한 준비와 대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지도자와 학교, 또는 스포츠 단체의 더위에 대한 준비와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훈련 스케줄과 방법의 조정이나 선수가 보인 명백한 위험신호를 묵과한 것 등은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위험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위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강행했던 이유는 조만간 있을 대학 간 대항전도 강박의 원인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대학 대항전이 한 선수의 목숨을 앗아간 것일 수도 있다. 학교 간 대항전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생명을 담보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기기 위해 무리한 훈련을 감행해야 했던 상황은 무엇으로도 용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스포츠가, 승리가, 전통이,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비인간적인 무식한 스포츠를 버리자.

선수에 대한 애도와 함께 다시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당 대학교는 가감 없이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책임자를 처벌 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총체적인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2024. 8. 29.
사단법인 스포츠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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